
커피 원두를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추출 방법에 따라서 구분을 하면 일반적으로 핸드드립용 원두와 에스프레소 머신용 원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핸드드립용 원두라고 해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에스프레소 머신으로도 추출할 수는 있지만 단지 맛이 없을 뿐이죠. 거꾸로 에스프레소 머신용 원두를 핸드드립해서 마실 수 있지만 맛은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 이유는 핸드드립은 추출 방식의 특성상 품종별 혹은 산지별 원두가 가진 다양한 맛과 향을 커피 음료에 녹여낼 수 있기 때문에 커피 원두 제조업체에서 핸드드립용 원두를 만들 때는 맛과 향이 풍부한 생두를 되도록 약하게 볶아서 커피 원두 본래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릴는 쪽으로 노력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은 추출 시 높은 압력으로 인해서 크레마를 포함한 바디감은 좋지만 커피 원두 본래의 맛과 향을 뭉게 버리기 때문에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생두 보다는 보다 단순한 맛을 가진 생두를 되도록 강하게 볶아서 커피의 진한 바디감과 다크 로스팅 향을 살리는 쪽으로 추구합니다. 따라서, 커피 원두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어떤 방식으로 커피 음료를 추출을 할지 정하는 것이 좋으며, 거기에 맞는 원두를 찾는다면 보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가깝고, 나머지 추출 방식들은 핸드드립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싱글오리진과 블렌드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싱글오리진은 특정 산지의 단종 커피를 가리키는 것이고, 블렌드는 여러 산지의 여러 원두들을 섞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 말도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싱글오리진 커피라고 하더라도, 콜롬비아에 있는 여러 농장 혹은 여러 지역 생두들을 섞어서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심지어 싱글오리진 스페셜티(싱글오리진 커피 중에서 커피 전문가들에 의해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라고 하더라도 여러 농장들의 생두를 섞어서 만들기도 하고 하나의 농장 안에 있는 여러 재배 구획에서 생산되는 생두를 섞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느 생산 혹은 유통 단계에서 블렌딩을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대부분의 커피가 특정 맛을 표현하기 위해서 누군가에 의해서 블렌딩 되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스페셜티 중에 특정 농장의 특정 재배 구획에서 생산된 전혀 블렌딩 되지 않은 생두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서로 다른 커피 나무에서 수확된 생두들이 블렌딩 되었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싱글오리진(스페셜티 포함) 커피 = 핸드드립용 커피', '블렌드 커피 = 에스프레소 머신용 커피'로 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싱글오리진 커피를 핸드드립에 많이 사용하고 블렌드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주로 사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싱글오리진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싱글오리진 커피들은 각자 뚜렷한 개성들을 가지고 있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 시 제대로 그 맛을 표현해 낼 수가 없기 때문에 핸드드립으로 많이 추출합니다. 그리고, 커피 원두 제조업체에서 블렌딩을 아무리 잘 해도 핸드드립으로 추출 시 괜찮은 수준의 싱글오리진 커피 이상의 맛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블렌딩 원두는 주로 에스프레소 머신에 맞추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핸드드립/싱글오리진 커피 원두 종류]
순서는 만약 가격과 상관 없이 나에게 원두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시고 싶은 순서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순서이지만, 그 동안 개별 원두별로 수십번 혹은 수백번 커핑을 하고 다양한 고객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는 등급에 따라서 다르게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스페셜' 등급 이상의 생두는 여러 에스메랄다 하위 농장들의 생두를 섞지 않은 상태에서 하위 농장 별로 묶어서 에스메랄다 자체 경매를 통해서 판매가 되고, 일반 등급의 생두들은 블렌딩을 통해서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해진 가격에 따라서 판매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라이빗 컬렉션' 커피는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블렌딩하여 정해진 가격에 따라서 판매하는 일반 등급의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입니다.
단, 에스메랄다 일반 등급의 커피라고 해도 파나마 게이샤 커피 특유의 풍성한 과일의 맛과 향이 진하게 묻어나서 게이샤 커피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Hacienda La Esmeralda]
파나마 남서부의 보케테 지역에 위치한 농장입니다. 이 농장은 피터슨 가족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100% Geisha 품종의 커피를 생산합니다. 2004년 Best of Panama 대회에 1위를 수상한 바 있으며, 대회에 출품한 커피가 고가에 낙찰되어 세게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1위를 수상한 기록들과 더불어 2007년 옥션 사상 최고의 낙찰가를 받으면서 세계 5대 커피 중 하나이자, 신의 커피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2.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카리브해 북부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자메이카의 동쪽 블루 마운틴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로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입니다. 영국 왕실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겨 마시는 커피로 알려지면서 ‘커피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서늘한 기후와 빈번한 안개, 풍부한 강수량, 빗물이 투과되는 토질까지 천혜의 환경을 가진 덕분에 최상의 커피가 재배됩니다.
옅은 신맛과 와인처럼 쌉싸래한 맛, 부드러운 쓴맛, 단맛과 스모크한 맛까지 여러 커피가 지니는 맛들을 골고루 지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3. 예멘 모카 마타리
예멘 모카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언 코나와 더불어 세계 3대 커피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모카'는 예멘의 남단에 위치한 항구 이름으로, 이곳을 통해 오래전부터 유럽으로 커피를 수출했던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오늘날 예멘의 해발 1,500~1,800m의 고산지대에서 생산하는 최상급의 아라비카 커피를 모카라고 부르는데, 저녁시간에 마시기 적합하고 대부분의 모카커피가 초콜릿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카 마타리는 대표적인 예멘 모카 커피의 하나로서 과일향이 풍부하고 신맛이 강하며 적절한 쓴맛과 단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4. 파나마 게이샤
파나마에서 생산된 게이샤 종의 커피입니다. 파나마 게이샤 특유의 상쾌하면서 화사한 향이 느껴지는데, 경매로 판매되는 최상급의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아니지만,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맛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게이샤 커피 소개]
게이샤는 1930년대에 에티오피아 서남쪽 Kaffa 내에 Gesha 지역에서 가져왔다고 하여 게이샤 또는 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인 아비시니아 종으로 불렸습니다. 게이샤는 탄자니아로부터 코스타리카로 보내졌고, 1963년 파나마에도 전해져 재배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수확했을 때에는 맛이 뛰어나지 않아 재배를 포기하였다가 낮은 재배 고도가 문제였음을 깨닫게 됐고, 고지대에서 재배를 시작하면서 좋은 품질의 게이샤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이샤 나무는 키가 크고 가늘고 긴 잎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체리는 매우 크고 희귀하며, 잎은 길쭉하고 좁은 편으로 티피카와 비슷합니다.
5. 하와이안 코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와 더불어서 세계 3대 커피 중에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확 시기는 9월 ~ 3월경이고, 습식법(Wet Method)으로 가공합니다. 생두의 크기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지는데 스크린 사이즈 19 이상이면 최고 등급인 코나 엑스트라 팬시로 분류가 됩니다.
과일처럼 상큼한 신맛과 옅은 단맛이 있으며 산뜻한 향이 풍부하고 중간 정도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6. 에티오피아 (구지, 코케허니 등) 스페셜티
에티오피아 스페셜티는 에티오피아 원두의 장점과 중남미 스페셜티 원두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원두입니다. 즉, 에티오피아 원두답게 달콤한 향기와 맛이 좋고, 이와 더불어서 레몬 계열의 상큼한 신맛이 과일 쥬스를 연상케합니다. 그리고,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한 커피의 경우 상큼하면서도 꿀처럼 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7.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워시드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커피의 고향이라 불리는 나라입니다. 예멘과 함께 모카커피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에티오피아는 적도의 고지대에 위치하여 천혜의 커피 재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커피 종류가 있으며, 커피의 등급은 생두 300g당 결점두 수에 따라 G1~G8까지 나눕니다. 오늘날 예멘과 에티오피아의 해발 1,500~1,800m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최상급의 아라비카 커피 원두를 모카라 부르며 예가체프, 시다모, 드지마, 리무 등이 있습니다. 즉, 주요 산지의 명칭이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예가체프는 부드러운 신맛과 과실향, 꽃향기 등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중 가장 세련된 커피, 커피의 귀부인이라는 칭송을 받는 남부지역의 커피입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바디감을 지니며, 매우 부드러운 꽃향 그리고 혀끝을 맴도는 잔향 등은 예가체프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리차 워시드는 예가체프 중에서도 그 향기가 독특하면서 뛰어납니다. 특히, 청보리같은 청순함과 예가체프 특유의 화사함이 어우러져 한번 향기를 맡고 나면 잊지못할 기억을 남깁니다.
8. 케냐 AA
19세기 후반 에티오피아를 통해 처음 커피를 도입한 케냐는 합리적인 재배와 가공, 유통관리 면에서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아프리카 대표 커피 생산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강한 신맛과 짙은 향미, 과일의 달콤함까지 균형이 잘 잡힌 고급 커피로 알려진 케냐 커피는 대부분이 1,500~2,100m 고산지대에서 재배되고, 생두의 크기를 기준으로 4등급(AA A, AB, C)으로 나눕니다. 대표적 커피로 최상급 커피인 케냐 AA가 있으며 생두는 대체로 밝은 청록색을 띠며 짙은 향미와 강한 신맛, 또는 씁쓸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케냐 AA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아라비카 커피 리스트에 언제나 이름을 올리는 뛰어난 커피로 생두의 크기, 모양, 밀도의 등급을 의미합니다. 가장 사이즈가 큰 케냐 AA는 대부분 수세방식으로 가공하며 많은 커피 오일을 함유하여 케냐 커피 특유의 기름지고 강한 향미를 줍니다.
9. 과테말라 (아카테낭고 등) 스페셜티
과테말라 커피는 주로 화산지역에서 재배되어 고급 스모크 커피의 대명사인 안티구아가 대표적이며 코반, 우에우에테낭고, 산타 로사, 산 마르코스 등이 유명합니다. 과테말라 수출품목에서 커피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국커피협회에서는 반드시 협회를 통하여 수출허가를 하도록 하고, 지역별 명칭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커피는 정기적으로 엄격한 품질 및 향미 테스트를 받아 일정 기준 이상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고 등급은 SHB(Strictly Hard Bean)로 재배지역의 해발고도를 기준으로 7개(SHB, HB, SH, EPW, PW, EGW, GW) 등급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아카테낭고 커피는 과테말라 아카테낭고 화산 지역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된 커피입니다. 품질이 우수한 과테말라 커피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밀크 초콜릿같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10. 엘살바도르 파카마라 스페셜티
엘살바도르에서 개발된 파카마라 품종 특유의 잘 익은 과일같은 달콤하면서 상큼한 맛과 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파나마 게이샤 원두와 생긴 모양도 유사하지만 맛도 비슷한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파나마 게이샤 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연한 느낌이 듭니다.
[파카마라 품종 소개]
파카마라 품종은 1958년 엘살바도르 커피협회에서 진행한 품종 개량 계획에 의해서 탄생하였습니다. 버본에서 파생된 파카스 품종과 티피카에서 파생된 마라고지페 품종의 하이브리드 품종입니다. 버본 품종에서 기인한 풍부한 과일 향미가 나타나며, 엘살바도르 커피의 특징인 크리미한 풀바디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고산지대에서 재배된 생두일수록 특유의 플로럴한 향미를 가지며, 크기는 스크린 사이즈 18 이상의 초대형 사이즈가 많습니다.
11. 브라질 옐로우버번
브라질은 세계 1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저지대에 위치한 대규모 농장에서 커피를 제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산지의 커피와도 잘 어울리며 깊은 향과 조화로운 맛으로 인해 주로 블렌딩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커피 재배지역이 넓다 보니 지역의 특성에 따라 아라비카종, 아라비카 변종 및 교배종, 로부스타종 등 여러 가지 품종과 다양한 품질의 커피를 생산합니다. 주로 건식가공법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과육의 당즙이 생두에 그대로 스며들어 단맛을 지니게 되며, 부드러운 맛과 신맛이 균일하게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풍미와 적당히 쓴맛이 어우러져 중성적 매력으로 주로 블렌딩에 많이 쓰입니다.
옐로우버번 커피는 커피 체리가 노란색인 엘로우버번 종의 커피입니다. 일반적인 브라질 커피보다 좀 더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나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12. 콜롬비아 수프리모
콜롬비아 커피는 마일드 커피의 대명사로 수프리모와 엑셀소가 유명합니다. 콜롬비아 생두는 청록색을 띠며, 생두의 크기에 따라 4개(수프리모, 엑셀소, UGQ, 카라콜리)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피가 생산된 지역명을 커피 이름으로 사용하지만 최상급 커피에는 생산지역과 관계없이 최고 등급인 수프리모와 엑셀소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의 철저한 관리하에 로부스타의 재배를 금하고, 스크린 사이즈 13 이하의 수출을 금지하며, 해외로 선적되는 콜롬비아 커피들의 품질을 모니터링 하는데, 커피의 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에서 홍보를 위해 만든 가공의 인물인 후안 발데스(안데스 산맥에서 당나귀에 커피를 싣고 오는 콧수염 난 아저씨의 모습) 캐릭터가 인상적입니다.
수프리모는 콜롬비아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마일드 커피의 대명사로 스크린 사이즈 17이상인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의 최고 등급을 의미하는데, 습식법으로 가공하여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두의 크기를 나타내는 스크린 사이즈 17이상의 최상품을 수프리모, 14~16을 엑셀소, 14 UGQ(Usual Good Quality), 12이하를 카라콜리로 분류합니다. 즉, 수프리모는 생두 품질의 등급이 아니라 생두 크기의 등급분류라 할 수 있습니다.
13. 코스타리카 따라주
코스타리카는 고급의 커피 원두를 생산하기 위하여 법으로 아라비카종만 재배하도록 하고 수세가공을 통하여 생산하고 있습니다. 산호세의 고산지대에서 생산하는 따라주, 트레스 리오스, 투르농 등은 균형 잡힌 풍미와 조금 강한 쓴맛과 신맛이 동시에 나는 진하고 향기로운 원두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생산지역의 표고에 따라 8개 등급을 나누는데, 대부분의 코스타리카 커피는 가장 우수한 등급인 SHB(Strictly Hard Bean)로 이는 거의 모든 커피 재배지역이 해발고도 1,200m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산지대는 커피체리의 성숙 속도를 늦추어 풍미가 내부 깊숙이 간직 되도록 합니다.
코스타리카 커피 하면 가장 먼저 연상하는 커피가 따라주입니다. 따라주는 태평양 연안 로스산토스의 해발 1,200~1,900m 지역으로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비옥한 토양과 높은 해발고도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커피 재배지역입니다. 코스타리카 SHB는 독특한 신맛과 좋은 향기, 바디감이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블렌드 커피 원두 종류]
주로 에스프레소 머신 용으로 많이 사용이 되는 블렌딩된 커피 원두의 맛은 블렌딩 방법과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커피 원두 제조 회사마다 혹은 블렌드 종류마다 표현하고자는 맛의 방향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양한 맛들이 탄생할 수 있지만, 시장 조사를 진행해 보면 어느 정도 공통된 맛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묶어볼 수도 있습니다. 음악에서 수없이 다양한 노래들이 있지만, 발라드, 록, 트로트처럼 그룹을 지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커피 원두 블렌딩 시 가장 많은 양을 집어넣거나 맛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베이스 원두에 따라서 맛을 구분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브라질 계열
일반적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원두가 브라질 원두인데, 그 이유는 맛이 가장 무난하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고소하면서 적당한 정도의 바디감이 느껴집니다. 브라질은 전세계에서 커피 생두 생산 1위 국가이기 때문에 생두의 가격이 싸고 물량도 풍부해서 많은 커피 제조사들이 브라질 원두를 베이스로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만듭니다. 그리고, 특히 중저가의 커피를 판매하는 일부 프렌차이즈 카페들에서 이렇게 무난한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무난하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2. 로부스타 계열
일반 길거리 비 브랜드 카페들에서는 브라질 원두에 일정량의 로부스타 원두를 섞어서 베이스로 활용한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로부스타 원두가 가격도 제일 싸지만 이게 들어감으로써 바디감이 풍부해 지고 약간 구수한 맛과 향이 나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피의 바디감이라는 것은 원두 가루(미분) 중에 일부가 에스프레소 머신의 강한 압력으로 추출 시 떨어져 나와 마실 때 느껴지는 것으로, 브라질이나 로부스타 원두처럼 대체적으로 고도가 낮은 평지에서 제배된 조금은 무르고 저렴한 원두들에서 더 잘 느껴집니다. 문제는 로부스타가 들어간 원두의 경우 순수 브라질 원두보다 더 쓰고 단순하면서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3. 콜롬비아 계열
브라질 혹은 로부스타 계열의 원두들이 무난하긴 하지만 별로 맛이 없는 관계로 일부 에스프레소 블렌드는 콜롬비아 혹은 케냐 원두를 추가해서 맛을 내는데 사용합니다. 케냐 원두는 맛과 향이 더 강하긴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약간 향이 과한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보다 가벼운 콜롬비아 원두를 많이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커피에서 다크 초콜릿 느낌의 단 맛이 잘 느껴다면 콜롬비아 원두가 많이 섞인 커피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추측컨데 커피빈이나 할리스 등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블렌드 맛이 이러한 성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콜롬비아 원두는 에스프레소 블렌드의 베이스로서 뿐만 아니라, 싱글오리진 커피로도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맛이기도 합니다.
4. 코스타리카 계열
에스프레소 블렌드의 베이스로 사용되는 원두들 중에서 빠질 수 없는 원두가 코스타리카 원두입니다. 그 이유는 스타벅스가 비밀로 하고 있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가 자주 마시는 커피 중에 하나인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블렌드의 맛이 코스타리카 원두(스타벅스는 코스타리카에 대규모 자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며,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코스타리카 농장 사진이 벽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의 맛이기 때문입니다. 코스타리카 원두는 가격이 적절하고 단맛이 좋으면서 전체적으로 맛과 향이 깨끗하고 깔끔해서 누구나 좋아할 만하고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입니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이렇게 깔끔한 맛의 코스타리카 원두를 더 강하게 볶아서 약간의 스모키한 로스팅 향과 더불어서 커피에서 청량감마저 느껴집니다.
5. 과테말라 계열
싱글오리진으로 에스프레소 음료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원두가 과테말라 원두라고 합니다. 아마,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다른 원두들의 경우 다크 로스팅을 해야 스모키하면서 커피 음료 특유의 다크한 느낌이 나는데, 과테말라 원두는 로스팅 레벨을 어떻게 하든 원두 그 자체에서 그러한 성향의 맛과 향이 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과테말라 커피에서 그런 맛이 나는 이유는 커피 생두 생산지역 자체가 고산에 위치한 화산재 토양의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과테말라 원두는 에스프레소용 커피로 싱글오리진으로 사용하기에도 좋지만, 특히 스페셜티 기반 블렌드를 만들 때(로스팅 레벨을 낮추어서 신맛과 단맛을 좀 더 살리고자 할 때) 베이스로 사용하기 좋은 원두로 보입니다. 커피 전문점 중에서는 테라로사 에스프레소 커피 맛이 이에 가장 가까운 것 같습니다.
모든 음식이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원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지만, 맛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 혹은 로스팅을 하느냐일 것입니다. 커피 원두 로스팅이란 단순히 커피 생두를 볶아서 원두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채 10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커피 맛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큰 맛의 차이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 달리지지만, 로스팅 시간, 온도 상승률 그래프 곡선, 배기 흐름 등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로스팅을 하지 않는 이상 로스팅 정도에 따른 맛의 차이점만 알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1. 라이트 로스팅 원두 (업체별로 '시나몬 혹은 High 로스팅'이라고 표현하기도 함)
일반적으로 블렌딩 원두에 있어서는 라이트 로스팅을 잘 하지 않습니다. 라이트 로스팅을 하는 이유는 생두가 가진 독특한 본래 향을 살리기 위함인데 블렌딩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각 생두의 특징을 어느 정도 무너뜨려서 중성적인 맛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라이트 로스팅은 본질적으로 파나마 게이샤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처럼 향이 독특한 싱글오리진 원두에는 적합한 로스팅 방식이지만, 블렌딩된 원두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어 보입니다.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블렌딩된 원두들 중에서 라이트 로스팅 원두를 찾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2. 미디엄 로스팅 원두 (업체별로 '시티 혹은 풀시티 로스팅'이라고 표현하기도 함)
사실, 미디엄 로스팅도 블렌딩 원두에 대해서는 적합한 로스팅 방식이 아닐 것입니다. 라이트 로스팅된 원두처럼 미디엄 로스팅된 원두도 블렌딩에 포함된 각 싱글오리진 원두들의 특징들이 아직 또렷이 살아있어서 전체적으로 통일되고 깨끗한 맛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블렌딩 기술을 통해서 하나의 일관된 맛을 끄집어 낼 수만 있다면 미디엄 로스팅 원두는 각 싱글오리진 원두별 독특한 맛과 향이 살아있는 가운데 부드럽고 강한 바디감까지 모두 갖춘 커피 맛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블렌딩 혹은 로스팅 시 조금만 방심을 해도 뭔가 특별하긴 한데 끝맛이 지저분한 커피가 될 수 있습니다.
3. 다크 로스팅 원두 (업체별로 '풀시티, 에스프레소, 비엔나, 프렌치, 이탈리안 로스팅'이라고도 함)
아직까지 대부분의 블렌딩 원두는 다크 로스팅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크 로스팅을 한다는 의미는 약간 원두를 태우는 수준까지 로스팅을 하는 것으로 고기를 구울 때 겉면을 살짝 태워서 구운 향을 살리는 것과 유사한 의미이고, 이 맛을 '고소하다', '진하다', '스모키하다', '깨끗하다' 등으로 표현하는 걸로 봐서 일반 고객들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크 로스팅 안에도 여러 단계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 수준으로 다크 로스팅을 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형 커피 전문점들에서 로스팅하는 정도는 각 싱글오리진 원두의 특징이 대부분 사라지고 약간의 여운만 남은 상태에서 진하고 깨끗하면서 통일된 맛이 나는 다크 로스팅입니다. 그리고, 요즘 일부 블렌딩된 원두들 중에서는 기존보다 좀 더 약하게 로스팅(약하다고는 하지만 전체 로스팅 시간에서 수초 혹은 수십초 정도 짧게 로스팅을 함)해서 블렌드에 포함된 싱글오리진 원두들의 특징을 보다 많이 보여주면서 해당 블렌드만의 특징을 좀 더 부곽시키려는 시도들도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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